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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여대생과 카풀체험기

여대생과 카풀체험 후기 (完)

Part36. 판도라의 상자

 

 

도대체 내가 왜 그랬을까?

 

마치 애인 핸드폰 처럼 열어서는 안되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은 기분이었다.

 

하이원리조트를 향해 달려가다 다시 휴게소에서 차를 멈춰 세웠다.

 

 

 

내가 왜 그런말을 한걸까 정말 바보 같은놈…’

 

 

 

 

 

 

 


하이원 리조트를 향해 달려가다가 또 하나의 고민이 생겼다.

 

 

 

 

과연 그녀에게 카풀비를 또 받아야되는가?’

 

 


 


그녀들과 함께라면 어제 서울에서 하이원리조트를 찾아왔을 때 처럼 즐겁게 운전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서울까지 다시 돌아가는데 심심하지도 않고 졸음운전도 예방할 수 있고 생전 모르는 사람을 태우고 운전하는 것과 달리 검증된 사람을 태우고 카풀 하는건 아트라스처럼 왠지 마음이 든든하다.

 


 

하지만 아까 네티즌의 선택시 몇 몇 유저들이


 

 

 


 

카풀비 안 받으면 호구인증

 




 

 

이런식의 이야기가 흘러 나왔다.

 

대한민국의 많은 네티즌들이 여자와 만날 때 남자쪽에서 돈을 많이내면 호구인증이라고 놀린다. 

 

 

 

예를 들면 남.녀가 소개팅을 해도 그렇다.

 

네이트 판 같은 곳을 가면 남자들은 소개팅에서 봉이다 이런식의 글이 올라오면 여자들은

 

 

그럼 소개팅 자리에서 당당하게 더치페이를 합시다 라고 말하던가 왜 말하지도 못 하면서 여기다 호구인증이나 하냐하며 여성유저들이 글을 쓴걸 몇 번 본 적있다.

 

 

하지만 처음 만난 소개팅에서 남자가 밥 값을 안 내는 경우는 거의 본적이 없다. 그리고 아주 자연스럽게 돈 계산할 때 화장실을 간다거나 문밖에 나와서 기달리고 있는 여자들이 있는데 어떻게 그 상황에서 여자한테 가서 더치페이 합시다 하고 말을 꺼내겠는가

 

 


 

 

'난 더치 안 하는 여성은 안 만나겠습니다

 

 


 


이런 글을 쓰는 남자들도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애초에 남성과 여성 인구수가 맞지 않다.

 

 

스타크래프트로 예를 들면 테테전에서 탱크 벌쳐 위주 메카닉을 하는데 상대방은 배틀이나 레이스로 나온다고 가정해보자 이 쪽은 인구수가 꽉차서 더 이상 병력 생산이 불가능하다.

 

그럼 당연히 SCV를 적진으로 보내 희생시켜서 인구수를 줄이고 인구수를 맞춰서 이 쪽도 배틀이나 레이스를 생산 해야된다.

 

내가 탱크 벌쳐로 싸울 테니 너도 남자답게 공중유닛을 쓰지말고 탱크와 벌쳐로만 싸워달라는건 애초부터 말이 안되는 이야기다.

 

 

 

(소개팅은 스타크래프트와 똑같다 돈(미네랄)이 없으면 아무것도 못 한다)

 

 

애초에 소개팅이라는 전쟁에서 희생 없이는 전쟁에서 승리 할 수 없다.

 

소개팅에서 자신이 밥 값을 냈다고 호구가 되었다던가 안 좋게 생각하지 말자.

 

그냥 그 날 하루 즐겁게 즐겼다고 생각하면 되지않는가 ?

 

나는 원래 여자들과 즐거운 만남이 있었으면 그 날 쓴 돈에 대해서는 그렇게 아깝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단지 소개팅이라던가 만남후 상대방이 오늘 정말 고마웠어요 라던가 그런 기본적인 인사조차 안 하는 경우는 이 쪽도 기분이 나쁠수 밖에 없다.

 

 

 

하지만 그녀들은 그런 인사조차 안 할 그런 여자들이 아니다.

 

그냥 돈을 받지 말고 카풀을 해주자라는 생각이 거의 절대적이었지만 이 날은 무슨 바람이 든건지 몰라도 그녀들에게 카풀비를 요구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에라 모르겠다…’


 


 

고심 끝에 조용히 그녀들에게 말을 꺼냈다.


 

 

 

서울까지 단돈 만원에 모시겠습니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원래 처음 출발 할 때 왕복 카풀비는 2만원만 받겠다고 써놨고 편도는 15천원이었으니 5천원만 받아야 되는게 맞는데 이 때는 그렇게 까지 곰곰이 생각하지 못 했었다.

 

 

도대체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한거지

 

아니 난 금전적으로 압박이 없는 직장인이고 학자금등 금전적으로 압박을 느끼고 살아가는 여대생에게 고작 몇 푼 안되는 카풀비를 한 번 받고 또 받을려고 하다니 이런 천하의 파렴치한 몹쓸놈이 있나.

 

 

 

패션오브크라이스트에서 유다가 예수를 은전 30개에 팔아 넘기고 후회했던 것처럼 갑자기 엄청난 후회가 밀려왔다.

 

 

사람이 한 번 뱉은 말은 다시 탈 수 없다

 

그 말을 한 이후 30분 넘게 답변이 오질 않는다.

 


 

 

내가 대체 왜 그랬을까

 

아니 그녀들이라면 굳이 카풀비를 내가 안 받는다고 해도 끝나고 알아서 줄지도 모르는데

 

시간은 이미 오후 4시를 넘어서고 있었다.

 

이젠 서울로 다시 돌아간다고 해도 모임시간인 6시까지 갈수가 없다. 그냥 그대로 하이원리조트를 향해 쭉 달려갔으면 카톡을 할 여유가 없어서 이런 말도 꺼내지 못 했을텐데 화장실이 급해서 잠깐 쉰다고 간이 휴계소에 들어가서 카톡을 보낸게 큰 화근이 되어버렸다.

 


 

 

그녀들이 보기에 나는 얼마나 찌질해보였을까? 돈 버는 직장인 남자가 돈없는 대학생들에게 카풀비를 또 요구하다니..’

 

 

 

후회해도 이미 늦은 것 같았다.

 

이제는 그냥 서울로 돌아가서 집에가서 발닦고 강아지나 껴앉고 잠이나 자는 수 밖에 없다.

 


 

 

카톡왔숑~’

 


 

 

다시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제발 친구가 보낸 애니팡이나 다함께 차차차 초대장이 아니길…’

 

 


 

 

시골에서 문풍지에 손가락만한 조그만한 구멍을 뚫어놓고 결혼후 첫 날밤을 치루는 신혼부부를 몰래 엿보는 심정으로 아주 조심스럽게 카톡을 확인했다.


 

 


 

 

(평소 나에게 오는 카톡들이란 이런것 밖에 없다)
 

 

 

 

 


~ 그렇게 해요 몇 시쯤 가실 예정인가요?’

 

 

 


 

그녀에게 답장이 왔다

 

이제 만회할 기회가 찾아왔다.. 우즈베키스탄전에서 자살골을 넣은 기성용이 다음경기에서 만회 해보인 것 처럼 나에게도 다시 만회할 기회가 찾아왔다.

 

 

 



(이제동과 이영호의 정전록처럼 30분간 정전이 되었다) 

 

 

그런데 갑자기 전화가 왔다

 

이번에는 키 큰여자1이 아니라 키 큰여자2에게 전화가 왔다.

 

 


 

저기제가 오늘 서울로 갔다가 KTX를 타고 대전으로 내려가볼려고 해요 내일 개강이라서..’

 


 

 

키 큰여자2는 원래 일요일까지 하이원 리조트에서 있을 예정이었지만 내일 모래 있을 개강 때문에 일찍 내려가기로 한다고 한다.

 

그래서 오후 10시안까지 서울로 갈 수 있겠냐고 물어보았다.

 

아무 생각없이 알겠다고 하고 다섯시쯤에 메이힐즈 리조트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잡았다.

 

그런데 갑자기 대전을 간다면 근처에 기차나 고속버스터미널이 있으니 거기서 버스나 기차를 타고 대전으로 가는게 시간적으로 훨씬 빠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다시 키 큰여자1에게 연락을 하였다.

 

 

 

동생분 기차로 가는게 더 빠르겠네요

 

 

 

 

 

(빠르고 편리한 KTX)

 

 

그녀에게 서산역에서 대전으로 가는 기차나 고속버스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었다.

 

그녀들은 단순히 내가 카풀해주기 귀찮아서라고 생각 할지 모르겠지만 카풀을 해서 서울로 갔다가 대전으로 다시 내려가는건 시간이 7시간 이상 걸릴뿐더러 돈도 2배로 든다.

 

 


 

사실 내 속마음은 모른척하고 카풀을 해주고 싶었지만 나의 이기적인 생각 때문에 그녀가 고생하는건 바라지 않는다.

 

 

 

 

부디 무사히 귀환하시길…’

 


 


 

제자에게 팔극권을 전수하고 작렬히 산화한 스승처럼 나는 그녀에게 대전으로 돌아가는 방법을 모두 전수했다.


이로써 내 역활은 모두 끝났다.

 

 

 

 


 

Part37. 이별


 

 

내 모든 역할이 끝나고나서 그런가 갑자기 미친듯이 졸음이 찾아왔다..

 

 

이틀동안 잠을 못자다보니 머리카락 한 올만 바람에 스쳐도 두통이 찾아왔다. 에너지드링크로는 더 이상 몸을 지탱 할 수 없었다.

 

몸에 한계가 찾아온건지 너무 피곤해서 차 안에서 깜박 잠이 들었다.

 

잠이 들기 전 마지막 기억으로는 분명 카톡으로 메시지를 전송중이었는데 메멘토처럼 그 뒤의 기억이 전혀 생각나지 않는다.

 

자고 일어나서 핸드폰을 확인했는데 세상에 어떻게 된건지 그녀에게 온 카톡의 답장을 다 했다. 물론 단답형으로 건성건성으로 대답을 했다.

 

 

 

630분이 되자 다시 그녀에게 카톡이 왔다.

 


 

 

보드 타고 계신가요?’

 


 

 

머릿속에서는 지금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건지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지금 상황은 3가지로 압축 되었다.

 

 

 

1. 키 큰여자2호의 카풀을 본의 아니게 거절했다.

 

2. 키 작은 여자는 대구에 사니 내가 카풀을 해줄수 없다.

 

3. 키 큰 여자1은 셔틀버스를 타고 돌아갈 예정이다.


 


 

즉 나는 3명중 단 한 명에게도 카풀을 제공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그녀들은 나에게 다시 연락한 이유가 뭘까?? 지금 이 상황에서 나에게 연락해봤자 그녀들에게 무슨 이득이 있는 것일까?

 

일단 그녀들을 만나서 카풀을 제공하지 못해서 죄송하다라는 말부터 해야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하이원 리조트에 도착해서 다시 스키복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아까 잠만 안 들었어도 그녀들과 점심식사를 같이 할 수 있었을텐데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그것보다 차라리 아침에 찜질방에서 푹 자고 조금만 천천히 준비를 했으면 좋았을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일찍 일어나 부지런한 새가 사냥꾼에 총에 빨리 맞아 죽는다는 옛 말은 틀리지 않은 것 같다.

 

옷을 갈아입고 이것저것을 준비하고 시계를 보니 시간은 어느덧 7 30분이었다.

 

 


 

 

서둘러야 된다…’

 

 


 

 

키 큰여자1은 오후 8시 차를 타고 서울로 돌아간다고 말했었다.

 

대화중에 아까 셔틀버스를 타고 갈 때 제가 그냥 카풀비 안 받고 태워드릴게요 라고 말을 하려고 하는데 이상하게 말이 나오질 않고 나의 의도와 전혀 다른 헛소리만 주절주절 거렸었다.


 

 

그래서 직접 만나서 최소한 죄송하다고 인사라도 제대로 드리고 헤어져야겠다라고 생각했다.

 

차에서 장비를 챙겨 옷을 갈아 입고 나왔다.

 

그녀들은 지금 벨리(중턱)고 곤돌라를 타고 마운틴(정상)으로 향하고 있다고 한다.


 

 

나는 지금 아테나 리프트 앞에 있기 때문에 곤돌라를 타고 마운틴까지 올라가면 너무 늦기 때문에 아테나 리프트를 타고 마운틴으로 올라가기로 했다.

 

아테나에서 꼭대기에서 내려 마운틴 탑에 올라갈 곤돌라를 기다리고 있었다.

 

곤돌라를 타고 마운틴 탑으로 가려면 여기를 반드시 통과 해야된다.

 

그렇기 때문에 여기서 그녀들이 타고 있는 곤돌라가 올라올 때까지 곤돌라 승차장에서 기다리기로 하였다.

 

 

시계를 보니 시계는 오후 7 45분을 가르키고 있었다.

 

 


 

.. 잠깐만????’

 


 
 

 

 

8시 차를 타고 서울로 가는 키 큰 여자1이 마운틴 탑으로 올라온다고???

 

 

 

뭔가앞 뒤가 맞지 않는다.

 

 

곤돌라를 타고 여기까지 올라오는데는 20분은 족히 시간이 걸린다.

 

여기까지 올라오면 서울로 가는 차는 못 타게 된다.

 

바로 그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서로 엇갈리고 말았다)
 

그녀는 마운틴 탑이 어딘지 모르고 곧 마운틴 리조트에서 곤돌라에서 내린다고 한다.

 

서울로가는 셔틀 버스정류장은 마운틴 허브에 있다. 즉 마운틴 탑과 마운틴 허브를 구분 못하는 그녀는 나에게 마운틴으로 향하고 있다고 말했고 나는 당연히 마운틴 탑인지 알고 리프트를 타고 마운틴 탑 근처에서 기달리고 있었고 그녀는 마운틴 허브에서 내린것이다.


 

 

 

‘칙쇼~!!! 이런 젠장~!!



 

이대로 미안하다고 제대로 말도 못 전한채 헤어질 수는 없다.

 

시간은 오후 7 43분 버스 출발 시간까지 17분 밖에 남지 않았다.

 

 

 

서둘러 보드화 끈을 묶고 보드를 타고 마운틴 허브를 향해 내려가기 시작했다.

 

시간은 750분 앞으로 차 출발 시간까지는 10분밖에 남지 않았다.

 

잠시만 기달려 달라고 미리 메시지를 보내고 싶었지만 지금으로써는 그럴 여유조차 없다.

 

내가 지금 있는 곳에서 마운틴 허브까지는 보드를 타고도 평소에 타던 스피드로 타면 7-10분정도 걸리는 거리다.

 

마운틴 허브를 향해 바람돌이 소닉처럼 미친 듯이 내려갔다.

 

 

 

 

제발…신이시여 조금만 …’

 


 


 

아마 이 날은 내가 하이원에서 보드를 탄 역사상 가장 빨리 내려온 날이 아닐까 싶다.

 

마운틴 허브에 도착하고 나니 시간은 7 57분을 가르키고 있었다.

 

이제 3분밖에 안 남았다.

 

나는 보드를 땅바닥에 내팽개치고 버스 정류장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띠리링 띠리링…’

 

 


 


핸드폰이 다시 울리기 시작했다.

 

모르는 번호의 전화였지만 이 전화는 필히 그녀라고 생각되었다.


 

전화를 받자마자 수화기에 대고 크게 소리쳤다.

 

 


 

지금 어디에 있어요?’

 


 

 

그리고 그녀는 나에게말했다.

 

 

 

버스 정류장 들어가기전에 문이 하나 있는데 거기 벤치에 앉아있어요.’

 

 

 

하이원 셔틀버스가 가끔 지연되는 경우도 종종 봐왔는지라 이번에도 기적처럼 버스가 지연되서 정류소 앞에서 기달리고 있는건가?

 

 

600백만불의 사나이처럼 심장이 터질때까지 달리고 또 달렸다.

 

그리고 그녀가 말한 장소에 도착했다

 

 

 

 

헉헉….지금 어디에요 나 지금 도착했어요

 


 


 

그러자 누군가 내 뒤에서 손을 들고 소리를 친다

 

 

 


 

여기에요~’

 


 


 

나는 소리가 나는 곳을 향하여 뒤를 돌아보았다

 

 

 


 

 

이럴수가…!!!!’

 

 




 

 


뒤에서 손을 흔들며 전화를 받고있던 사람은 키 큰여자1이 아니라 키 작은 여자가 나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었다.

 

.

 

 


 

Part38. 재회

 

 

키 큰여자1은 이미 셔틀버스를 타고 서울로 떠났고 키 큰여자1에게 전화번호를 넘겨받은 키 작은여자는 나에게 전화를 걸어 연락을 했던 것이다.

 

 

 

저기그 분은 무사히 서울로 가셨나요?’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녀에게 물어보았다.

 

 

 

~ 방금 헤어지고 오는 길이에요~ 오늘 아침식사 같이 못 해서 미안해요

 


 

키 큰여자1과는 제대로 인사도 못 나눈채 이렇게 헤어져버리고 말았다.

 

키 작은여자는 오후 10시에 대구로 내려가는 셔틀버스를 타고 대구로 내려갈 예정이라고 한다.

 

 

 

곤돌라를 타고 올라갈까요? 리프트를 타고 올라갈까요?’

 


 

 

그녀가 나에게 말했다.

 

 

나는 그녀에게 심야에는 강풍이 많이 불고 날씨가 추워서 곤돌라를 타고 올라가자고 말했다.

 

곤돌라 안에서 그녀와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처음 스노우보드를 타게 된 계기부터 그녀들과의 첫 만남부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그녀와 곤돌라를 타고가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어느새 우리는 마운틴 탑(정상)에 도착했다.

 

 

 

보드 실력은 어느정도 되시나요?’

 


 

 

어제는 키 큰여자1을 채치수처럼 밀착마크를 하니라 이 여자가 어떻게 타는지 신경쓸 겨를이 없었다.

 

 


 

아마 어제 그 2명 보다는 제가 제일 잘 탈거에요

 

 


 


그 말을 듣자 조금 안심이 되었다.

 

최소한 이번에는 정상에서 2번 이상은 타고 내려올 수 있을거라는 기대감이 들었다.

 

키 큰여자1과 탔을 때와 달리 이번에는 키 작은 여자가 선행을 하고 나는 그녀를 뒤 따라 가기로 하였다. 내가 선행을 하면 그녀의 실력이 어느정도인지 알 수가 없기 때문이었다.

 


 

 

저 먼저 내려갈게요

 


 

 

그녀가 먼저 출발을 하였다. 키 큰여자와 다르게 안정된 자세 역시 에이스는 뭔가 달라도 다른 듯 했다.

 

 

 

 

(에이스에서 주무셨군요)

 

그녀가 출발하고 나도 출발을 하려는데 옆자리에 여자 2명이 보드를 타고 내려가고 있었다.

 

그러면서 여자 한 명이 다른 여자 1명에게 보드 잘 타는 방법에 대해서 가르쳐 주는데 나는 이런 장면을 태어나서 처음 봤다. 세상에 스노우보드를 여자가 여자한테 알려주다니 보통은 남자가 여자에게 혹은 여자가 남자에게 가르쳐 주는건 봤어도 여자가 여자에게 보드를 가르쳐 주는 이런 훈훈장면은 내가 스노우보드를 탄 역사상 처음이었다.

 


 

내가 잠시 한 눈을 판사이 키 작은 여자는 어느새 또 자빠져 쓰러져 있었다.

 

나는 서둘러 밑으로 내려가 그녀에게 괜찮냐고 안부를 물었다.

 

어제와 비슷하게 오늘도 빙판이라서 오늘도 스노우보드를 제대로 타긴 힘들 것 같다고 그녀가 말했다.

 

그리고 오늘은 어제와 다르게 그녀가 나에게 보드 잘 타는법을 가르쳐 달라고 말을 안 해도 재능스스로 교육처럼 이번엔 그녀에게 스노우보드를 잘 타는 방법과 자세 교정방법들을 알려주었다

 

 

 

그렇게 보드를 타다가 우리는 벨리 허브에 도착을 하였다.


여기서 밑으로 내려가면 다시 곤돌라를 타고 올라가면 너무 늦기 때문에 이번엔 곤돌라가 아닌 리프트를 타고 올라가기로 하였다.

 

시간을 확인해보니 오후 910분 그녀가 버스에 타기까지는 아직 50분 정도의 시간적 여유가 있다.

 

이번 코스는 아까 탔던 코스보다 빙판이 더 많았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그녀는 수도 없이 자빠졌다.

 

 

 

 

빙판만 나오면 자꾸 무서워서 멈추게 되요

 


 


아직 그녀에게 카빙턴은 무리고 (물론 나도 야메카빙턴이라 이런걸 가르칠 수준이 되지 않는다) 일단은 빙판길에서 어떻게 타야되냐를 설명해주었다.

 

하지만 연애도 글로만 배운다고 잘 할 수 있는게 아닌 것 처럼 말로 아무리 설명 한다고 해도 그녀는 자빠지고 또 자빠졌다.

 

고급코스와 달리 초.중급 코스는 상대방과부딛치는 접촉사고가 많이 나는 곳이었다.

 

나는 조용히 그녀를 뒤에서 지켜보고 있는데 누군가 내 뒤에서 부딛쳤다.

 

그 순간 나는 엄청난 스피드로 그녀가 있는 방향쪽으로 돌진하고 있었다.




 


 


 

Part39. 수컷본능

 

 

이대로 가다가는 그녀와 부딛칠지도 모른다.

 

여기서 내가 철푸덕 자빠지면 왠지 모르게 꼴사나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여지껏 그녀 앞에서 단 한 번도 자빠진 적이 없었다.)

 

그래서 그녀와 부딛치기 직전에 나는 여지껏 단 한 번도 시도 해본 적이 없었던 180도 점프 회전 점프턴을 시도해보기로 했다.

 

180도 점프턴은 공중에서 점프를 하며 오른쪽으로 180도 회전을 하여 발쪽에 엣지를 주는 기술인데 주로 고수들이 보딩중 급정지를 할 때 쓰이기도 하는 기술이다.

 

점프를 성공했다는 자신감 때문인지 몰라도 분명히 이번에도 성공 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

 

일단 아까처럼 공중에서 점프를 하고 몸을 최대한 회전을 틀어보았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공중에서 점프까지는 분명 완벽하게 성공했는데 몸을 트는 순간 오른쪽으로 회전 한다는게 그만 일직선으로 거대한 원을 그리며 넘어졌다.

 

 

 

 


 

썸머 솔트 킥!!!!!’

 

 


 

 

어릴적 오락실에서 했던 스트리터 파이터2의 가일 기술을 완벽하게 재현했다.

 

 

 

(바로 이 기술이다)

 

썸머솔트킥이 빙판에 자빠져서 일어서고 있던 그녀에게 기술이 제대로 들어갔다.

 

슬램덩크의 강백호처럼 풋내기가 슬램덩크 같은걸 성공 할 수없던거와 같이 나 역시 한 번도 시도 안 해본 기술이 성공 할리가 없었다.

 

 

 

 

 

까아악~’

 

 


 


 

롯데월드의 후름라이드를 탄 것처럼 괴성을 지르며 그녀는 다시 한번 자빠졌다.

 

여자 앞에서 항상 폼잡는 남자들이 참 꼴불견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는데 나도 역시 어쩔수없는 수컷이었다.

 


 

 

 

 

(나보다 군대를 늦게가서 안타깝다고 생각했지만 십자인대 때문에 LTE급으로 제대했다 -_)

 

 

 

혹시 원빈처럼 십자인대가 다쳐서 의가사 제대라도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괜괜찮아요…??'

 


 


그녀의 야근후 파김치가되어 집에 들어와 침대에 쓰러져있는 직장인처럼 큰대자로 뻗어있었다.

 

 

 

 

아까의 타격과는 다르네요…’

 

 


 

 

(빅장은 뼛속까지 아프다)

 

럭키짱의 강건마가 빅장 맞았을 때 하던 대사를 여기서 듣게되다니

 

그냥 폼잡지 말고 혼자 자폭했으면 되는데 폼잡는다가 이런 사고가 날줄은 꿈에도 생각도 못했다.

 

그녀를 일으켜 세우고 시간을 확인해보니 시간은 어느덧 930분이었다.

 

 

 

저기 우리 빨리 내려가지 않으면 위험할 것 같은데요?’

 


 


물론 혼자 타고 내려가면 이정도 코스는 5분도 안되서 내려갈 수 있다.

 

하지만 지금 그녀의 실력이라면 여길 내려가는데 30분이 넘게 걸릴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녀는 나와 달리 장비를 전부 렌탈을 하였다.

 

장비를 전부 렌탈샵에서 빌린거니 반납도 해야되고 탈의실에서 옷도 갈아입어야되니 시간은 엄청 나게 촉박하게 느껴졌다.

 

그녀는 기운을 차리고 일어나서 다시 보드를 타기 시작했다.

 


 

 

머릿속에서는 혹시라도 그녀가 버스를 못 타면 대체 어떻게 해야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저번주 나는 차를 안 가지고 혼자 하이원 리조트에 왔다가 셔틀버스를 놓쳐서 기차를 타고 부산으로 돌아왔다.

 

그 때는 부산으로 가는 기차가 있을 시간이었지만 지금 이 시간에 대구로 내려가는 기차나 버스가 있을리가 없다.

 


 


'아니 이러다가 이 여자 혼자 스키장에 남겨지는게 아닐까? '


 

 


 

 


 

 

최종화. The End Of CarPool



 

  

혹시라도 걱정되어서 그녀에게 물어보니 그녀는 메이힐즈 리조트는 일요일까지 예약을 해놓았기 때문에 혹시라도 차를 놓치면 하룻밤 더 자고 가면 된다고 하였다.

 

그녀는 몇 번을 넘어졌는지 셀수 없을 정도로 넘어지고 일어서고를 반복하다가 드디어 목적지인 하이원 리조트 매표소에 도착하였다.

 

 

옷 갈아 입고 올게요 잠시만요

 

 

그녀는 서둘러 탈의실로 들어갔다. 시계를 보니 948분 버스가 떠나기 전까지 12분 밖에 안 남았다. 옷을 갈아입고 나와도 아직 스노우보드는 반납하지 않은 상태다.

 

빨리 렌탈샵에 돌려주지 않으면 버스에 못 탈지도 모른다.

 

그녀는 옷을 대충 갈아입고 다시 보드를 들고 뛰기 시작했다. 키 작은 그녀에게 보드와 장비는 너무 무거워보여 내 보드는 땅 바닥에 내팽게치고 그녀가 들고 있는 보드를 뺏어들고 같이 뛰기 시작했다.


 

 

 

 

‘헉헉....버스는 어디서 타지요?’

 

 


 

달려가면서 그녀에게 물었다.

 

 


 

일단 장비부터 반납을 해야되요.렌탈샵차가 저쪽에 있으니 일단 저기로 가죠'


 

 

내 주변에 있는 여자들과 달리 오늘 만난 그녀들은 참 성격이 착한 것 같다.

 

주변에 있는 회사 여자동기들만 보아도 회사 갈 때 기름값도 전혀 안내고 1년넘게 출 퇴근 카풀하면서 카풀비도 전혀 안주고 공짜로 타고 야근하면 자기네 집에 돌아갈 차가 없으니까 자기네들 퇴근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같이 퇴근해달라고 부탁하고 무엇이든 자기 멋대로 부탁하는 여자애들이 대부분인데 그녀들은 오늘 만나서 나에게 단 한 번도 무엇을 부탁 한 적이 없었다. (여자 동기 이야기는 내 이야기가 아니라 다른 지점 남자동기들이 해준 이야기들임 현재 내가 일하고 있는 지점에는 여자자체가 없음)

 


 

매번 여자들에게 상처받아서 여자들에 대한 안 좋은 인식과 편견이 많이 생겼었는데 오늘 그녀들을 만나면서 세상에는 이런 착한 여자들도 있구나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보드와 장비를 모두 반납하고 최종 목적지인 셔틀버스 정류소를 향해 달려갔다.

 

시계를 보니 시간은 955분을 가르키고 있었다.

 

 


 

 

'이제는 작별의 시간이네요 오늘 정말 만나서 즐거웠습니다~ 혹시라도 부산 놀러 오실일 있으면 연락주세요' 

 

 

 

마지막으로 그녀에게 작별 인사를 했다.

 


 


 

 

~ 오늘 수고하셨고 담에뵈요~’

 


 

 

작별인사를 하고 헤어지려는 그녀를 향해 소리쳤다.

 

 



 

잠시만요~’

 

 

 


 

 

(찰칵)

 

 

 

마지막으로 오늘 있었던 모든 일들이 꿈이 아니었다는걸 각인 시켜주기 위해 핸드폰으로 그녀의 사진을 찍었다.

 

 


 

 

(셔틀버스를 타기전 마지막으로 한 컷)

 

 

 


 

 

'잘가요~'

  


 


 

 

 

 


 

그녀와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우리는 그렇게 헤어졌다.

 

그녀는 버스에 타고 대구로 무사히 돌아갔고 나도 무사히 서울로 귀환 하였다.

 

서울로 돌아온 날 고등학교 동창을 만나 스키장에서 있었던 이야기들을 해줄려고 했지만 이번에는 고등학교 동창이 갑자기 일이 생기는 바람에 아쉽게도 결국 만나지 못 하였다.


 

 

다음날 새벽 셀프 세차장에 와서 혼자 차를 닦으며 하늘을 바라 보았다.

 

다른 때보다 초승달의 달빛이 세일러문처럼 너무나도 아름다웠고 다른 때보다 유난히 별이 많은 밤이었다.

 

세차가 모두 끝나고 카풀을 모두 마치고 무사히 돌아온 기념으로 차 사진을 찍었다.

 


 

 


 

(그동안 이야기에서 등장했던 주인공)

 

 

 

 

 

차를 사길 역시 잘했어~그러니까 이런 경험 할 수 있던거야~’

 

 

 

 

 

1박2일동안 짧은시간동안 그녀들과 함께 했던 시간들은 정말 너무나도 즐거웠고 좋은 추억이 되었다.


나의 20대의 마지막 겨울은 그렇게 끝이났다.

 

정말 나에게는 다른 사람들과 달리 생각하지도 못 한 일들이 참 많이 일어나는 것 같다.

 

앞으로도 내가 상상하지 못 했던 많은 일들이 내 눈앞에 펼쳐질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 빨강머리 앤에서 앤은 마지막에 이렇게 말했다.

 

 

 

 

 

 

 


 

세상은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인생이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는것은 정말 멋지고 즐거운 일이다. 생각하지도 못 했던 일들이 일어나는 거니까

 

 

 

 

 

 


 

 

 

 


(EBS에서 하는 앤을 보면서 내 앤은 언제 생길까라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그녀들과 카풀이 끝나고 한 달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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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거짓말처럼 41일 만우절날 뺑소니 사고를 당하게 되었고 (내 차는 정차중이어서 과실0%) 교통사고 덕분에 이튿날 대마도 23일 자전거 여행도 몸이 아파서 취소하게 되었다. (만우절날 교통사고가 나니 부모님도 친구들도 아무도 안 믿었다.)

 

 

 


 

(자전거 여행은 짐까지 다 싸놨는데 출발 하는 순간 몸이 너무 아파서 출발도 못 하고 중지되었다 ㅠ_ㅠ)

 

 

 

 

 

 

 

 

 

 

 

 

 

 

 

 

 

 

 

 

 


 

정말 내 인생은 너무 너무나도 멋지고 즐거워서 눈물이 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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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애독해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